📑 목차
멍은 단순한 타박상이 아니라, 피부 아래 출혈된 혈액이 헤모글로빈에서 빌리베르딘, 빌리루빈으로 분해되며 색이 변화하는 과정입니다. 멍의 색 변화와 체내 흡수 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합니다.

넘어지거나 부딪혀서 시퍼런 멍이 들었을 때, 시간이 지나면서 멍의 색깔이 무지개처럼 다채롭게 변하는 것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처음엔 선명한 붉은색이었다가 며칠 뒤엔 검푸른 보라색이 되고, 어느새 녹색을 띠더니 마지막엔 누르스름한 갈색으로 변해 사라집니다.
우리는 이 과정을 단순히 "멍이 빠지는 중"이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이 색의 변화는 우리 몸속에서 일어나는 정교한 '화학 공장'의 가동 현황판입니다. 터진 혈관에서 나온 혈액을 청소하고 재활용하기 위해 효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과정이 피부 밖으로 생중계되는 것이죠.
오늘은 멍의 색깔 변화 속에 숨겨진 헤모글로빈의 분해 대사와 빌리루빈의 생성 과정을 생화학적으로 분석해 봅니다.
1. 멍(Bruise)의 시작: 혈관 탈출 사건
의학적으로 멍은 '자반(Purpura)' 또는 '반상출혈(Ecchymosis)'이라고 합니다. 외부 충격으로 인해 피부 진피층이나 피하 조직에 있는 미세 혈관이 파열되면서, 혈액이 혈관 밖으로 새어 나와 조직 사이에 고인 상태입니다.
혈관 밖으로 나온 혈액은 더 이상 흐르지 못하고 고인 물(혈종)이 됩니다. 이때부터 우리 몸의 청소부인 '대식세포(Macrophage)'가 출동하여 흘러나온 적혈구를 잡아먹고 분해하기 시작하는데, 이 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의 색깔에 따라 멍의 색이 변하게 됩니다.
2. 1단계: 붉은색 & 보라색 (Red & Purple) - 헤모글로빈
타박상을 입은 직후부터 1~2일 차에 나타나는 색입니다.
- 붉은색 (초기): 혈관에서 갓 쏟아져 나온 혈액은 산소를 가득 머금고 있습니다. 적혈구 속의 '헤모글로빈(Hemoglobin)'이 산소와 결합해 있기 때문에 선명한 붉은색을 띱니다.
- 보라색/검푸른색 (1~2일 후): 혈관 밖으로 나온 적혈구는 더 이상 폐로부터 산소를 공급받지 못합니다. 가지고 있던 산소를 주변 조직에 다 뺏기고 나면,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잃은 '디옥시헤모글로빈(Deoxyhemoglobin)' 상태가 됩니다. 산소가 없는 피는 검붉거나 푸른빛을 띠기 때문에, 멍은 시퍼런 보라색으로 변합니다.
이 단계는 아직 본격적인 효소 분해가 일어나기 전, 단순히 '산소 유무'에 따른 색 변화입니다.
3. 2단계: 녹색 (Green) - 빌리버딘 (Biliverdin)
멍이 든 지 5~7일 정도 지나면 멍의 가장자리부터 초록빛이 돌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생화학적 분해가 시작됩니다.
대식세포가 적혈구를 파괴하면 헤모글로빈이 쏟아져 나옵니다.
- 헴(Heme)의 분리: 헤모글로빈은 '헴(Heme)'과 '글로빈(Globin)' 단백질로 분해됩니다.
- 효소 작용: '헴 옥시게나제(Heme Oxygenase)'라는 효소가 헴 분자를 공격하여 철분(Fe)을 떼어내고 구조를 깹니다.
- 빌리버딘 생성: 이때 생성되는 물질이 바로 '빌리버딘(Biliverdin)'입니다. 빌리버딘은 짙은 녹색을 띠는 색소입니다.
참고로 담즙(쓸개즙)이 녹색을 띠는 이유도 이 빌리버딘 성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즉, 녹색 멍은 "지금 효소가 열심히 혈액 찌꺼기를 분해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4. 3단계: 노란색 & 갈색 (Yellow & Brown) - 빌리루빈 (Bilirubin)
멍이 든 지 7~10일이 지나면 녹색이 점차 옅어지며 황금빛 노란색이나 갈색으로 변합니다. 멍이 거의 다 나았다는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 효소 작용: '빌리버딘 환원효소(Biliverdin Reductase)'가 녹색의 빌리버딘을 다시 한번 대사 시킵니다.
- 빌리루빈 생성: 이때 생성되는 최종 분해 산물이 '빌리루빈(Bilirubin)'입니다. 빌리루빈은 노란색(황색)을 띠는 색소입니다.
우리가 황달에 걸렸을 때 얼굴이 노랗게 뜨는 이유도, 간 기능 저하로 인해 혈액 속에 이 빌리루빈이 과도하게 쌓이기 때문입니다. 멍에서는 국소적으로 빌리루빈이 생성되었다가, 혈류를 타고 간으로 이동하여 최종적으로 소변이나 대변으로 배출되면서 멍 자국은 깨끗하게 사라집니다.
5. 멍이 안 빠지고 착색되는 이유: 헤모시데린 (Hemosiderin)
대부분의 멍은 2주 안에 사라지지만, 간혹 갈색 얼룩이 문신처럼 남아 영구적인 색소 침착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헤모글로빈에서 분리된 '철분(Iron)' 때문입니다. 정상적인 경우 철분은 재활용되지만, 출혈량이 너무 많거나 대사 속도가 느리면 철분이 단백질과 결합하여 '헤모시데린(Hemosiderin)'이라는 갈색 과립 형태로 피부 조직에 침착됩니다. 이 경우 레이저 치료 없이는 자연적으로 사라지지 않을 수 있으므로, 멍이 너무 크다면 초기에 냉찜질로 출혈을 줄이고 온찜질로 혈액 순환을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 몸의 치유 과정을 보는 창
멍의 색깔 변화는 단순한 시각적 현상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몸의 면역 세포와 효소들이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고, 노폐물을 무해한 물질로 바꾸어 배출하는 치열하고 정교한 대사 과정의 타임라인입니다.
- 붉은색/보라색: 산소의 소실 (물리적 단계)
- 녹색: 빌리버딘 생성 (화학적 분해 1단계)
- 노란색: 빌리루빈 생성 (화학적 분해 2단계)
오늘 내 몸에 든 멍이 노란색으로 변해가고 있다면,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의 몸이 아주 부지런히, 그리고 성공적으로 치유의 마무리를 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유의사항] 본 블로그의 내용은 일반적인 의학 상식 및 생화학 정보를 제공하며, 전문적인 의학적 진단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멍이 2주 이상 사라지지 않거나, 이유 없이 전신에 다발성으로 멍이 든다면 혈액 응고 장애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내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피부와 모발·손발톱'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종이에 베인 상처는 왜 유독 쓰라리고 아플까? 신경 밀도와 피부 구조의 미스터리 (0) | 2025.11.22 |
|---|---|
| 물속에 오래 있으면 손가락이 쭈글쭈글해지는 이유: 능동적 피부 반응의 과학 (0) | 2025.11.22 |
| 손톱 거스러미의 진짜 원인: 단순 각질이 아닌 2차 감염의 시작점 (0) | 2025.11.12 |
| 내성발톱의 진짜 원인: 발톱을 둥글게 깎는다고 해결되지 않는 이유 (0) | 2025.11.12 |
| 손톱반월의 과학: 하얀 반달이 말하는 진짜 건강 신호 (0) | 2025.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