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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는 왜 생길까? 유전과 환경이 만들어낸 뇌 비대칭의 비밀

📑 목차

    왼손잡이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뇌의 구조적 비대칭성과 발달 과정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유전, 호르몬, 환경 요인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왼손잡이의 과학’을 살펴봅니다.

    왼손잡이는 왜 생길까? 유전과 환경이 만들어낸 뇌 비대칭의 비밀
    왼손잡이는 왜 생길까? 유전과 환경이 만들어낸 뇌 비대칭의 비밀

    인류의 10%만이 왼손을 쓰는 이유

    전 세계 인구의 약 10%가 왼손잡이다.
    왼손잡이는 예술가나 운동선수에게서 자주 관찰되어 ‘특별한 능력’을 가진 듯 여겨지기도 하지만, 과학은 이를 단순한 개성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왼손잡이의 뿌리는 유전적 요인, 호르몬의 영향, 뇌의 좌우 비대칭성, 그리고 발달 환경에 걸쳐 있다.

    즉, 왼손잡이는 단순히 “태어날 때부터 왼손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뇌의 발달 방향이 달라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뇌 구조의 불균형이 어떻게 손잡이를 결정하는지, 그리고 유전과 환경이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지를 과학적으로 탐구한다.


    1. 손잡이는 뇌에서 결정된다: ‘좌뇌’와 ‘우뇌’의 역할

    우리의 몸은 겉으로 보기엔 대칭적이지만, 뇌의 기능은 비대칭적이다.
    좌뇌(left hemisphere)는 언어, 논리, 분석 능력을 담당하고,
    우뇌(right hemisphere)는 공간 인식, 창의력, 감정 처리를 담당한다.

    이 두 영역은 ‘교차 지배(cross-lateral control)’ 구조로 되어 있다.
    즉, 좌뇌가 오른손과 오른쪽 신체를, 우뇌가 왼손과 왼쪽 신체를 주로 통제한다.
    따라서 한쪽 손을 주로 사용하는 것은 그 반대쪽 뇌의 활성화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구분 지배하는 뇌 영역 주요 기능
    오른손잡이 좌뇌 언어, 논리, 수학적 사고
    왼손잡이 우뇌 공간 감각, 예술적 직관, 창의성

    즉, 왼손잡이는 우뇌가 상대적으로 더 활성화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 차이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뇌의 신경 연결망이 발달하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에 가깝다.


    2. 유전의 영향: ‘LRRTM1’ 유전자와 가족적 경향

    왼손잡이는 유전될까?
    과거 연구에서는 부모 중 한 명이 왼손잡이면 자녀가 왼손잡이일 확률이 약 2배 이상 높다는 통계가 보고되었다.
    이로 인해 ‘손잡이 유전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2007년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LRRTM1 유전자를 왼손잡이와 연관된 주요 후보로 발표했다.

    이 유전자는 뇌의 좌우 비대칭 발달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뇌의 언어 영역(브로카 영역)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모든 왼손잡이가 이 유전자를 가진 것은 아니다.
    즉, 유전은 손잡이 형성에 ‘기초 설계도’를 제공할 뿐, 실제로 어느 손을 더 자주 쓰게 되는지는 발달 과정과 환경 자극에 따라 달라진다.

    요약하자면, 유전은 ‘왼손잡이 기질’을 부여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왼손잡이로 태어난다는 뜻은 아니다.
    이는 마치 음악적 재능이 유전되더라도, 실제로 악기를 다루는 능력은 연습과 경험이 결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3. 호르몬과 태내 환경: ‘테스토스테론 가설’의 등장

    유전만으로 왼손잡이 비율을 설명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과학자들은 호르몬 요인에도 주목했다.
    특히 태아기 동안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 과다 분비되면, 뇌의 좌우 발달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높은 테스토스테론은 좌뇌의 발달을 억제하고, 그 결과 우뇌 지배가 상대적으로 강화되어 왼손잡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는 남성에게서 왼손잡이 비율이 조금 더 높은 이유를 설명하기도 한다.

    요인 작용 방향 결과
    테스토스테론 증가 좌뇌 발달 억제 우뇌 기능 강화, 왼손 사용 증가
    호르몬 균형 유지 양쪽 뇌 균형 오른손 우세형 발달

    또한 태아가 자궁 내에서 위치하거나, 산소 공급이 일시적으로 불균등하게 될 경우, 한쪽 뇌의 신경 발달에 미세한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미묘한 환경적 차이들이 손잡이 형성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단서로 작용한다는 것이 최근 신경발달학의 견해다.


    4. 환경과 학습의 역할: 손 사용 습관은 강화된다

    태어나서 손을 사용하는 빈도는 환경적 강화(learning reinforcement)에 의해 고착된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왼손을 더 편하게 사용하는 아이가 학교나 가정에서 강제로 오른손을 쓰도록 교정받는다면, 실제로 신경망의 연결 패턴이 오른손 중심으로 재조직될 수 있다.
    이는 뇌의 가소성(neuroplasticity) 덕분이다.

    반대로, 왼손잡이 부모를 둔 아이는 왼손을 사용하는 환경적 자극을 자주 받아 그 방향으로 발달할 확률이 높아진다.
    즉, 유전적 기질 + 환경적 강화의 결합이 손잡이를 확정짓는 것이다.

    현대의 신경과학은 이러한 변화를 ‘사용 의존적 가소성(use-dependent plasticity)’으로 설명한다.
    자주 사용하는 손의 운동 피질이 두꺼워지고, 신경 회로가 정교해지면서, 특정 손의 우세성이 점점 강화되는 것이다.


    5. 왼손잡이의 인지적 특성과 창의성

    왼손잡이는 우뇌 중심의 정보 처리를 하기 때문에, 공간적 사고나 시각적 상상력에서 강점을 보인다는 연구가 많다.
    예술, 스포츠, 디자인, 공학 분야에서 왼손잡이 비율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양손을 비슷하게 쓰는 사람(양손잡이형, ambidextrous)은 두 뇌 반구 간의 연결섬유(뇌량, corpus callosum)가 더 두껍게 발달되어, 문제 해결이나 유연한 사고에서 장점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왼손잡이가 반드시 더 창의적이라는 단정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는 없다.
    다만 좌우 뇌의 비대칭성이 다르게 작용하기 때문에, 정보 처리 방식이 다양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즉, 왼손잡이는 뇌의 또 다른 사용법을 가진 사람들이다.


    결론: 왼손잡이는 ‘다르게 발달한’ 뇌의 결과다

    왼손잡이는 단순히 “왼손을 더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뇌가 다르게 발달한 결과물이다.
    유전자는 손잡이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호르몬과 태내 환경은 방향을 제시하며, 성장 과정의 경험은 그것을 확정짓는다.
    이 모든 요인이 합쳐져 인류의 약 10%만이 왼손잡이로 태어난다.

    결국, 왼손잡이는 유전·호르몬·환경·경험의 복합적 산물이며, 이는 인간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차이는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발달 경로가 다른 두 가지 정상 형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과학은 이제 손잡이를 ‘편차’가 아니라 ‘다양성’으로 이해한다.